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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불암 / 사단법인 제로캠프
‘수사반장’의 강직한 박 반장도, ‘전원일기’의 넉넉한 김 회장도 모두 그의 얼굴이었다. “사실 난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른다”면서도 반세기 넘게 ‘국민 아버지’로 불렸던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데 온 힘을 다했다.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87)이 29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치료에 힘써왔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正義와 人情에 목말랐던 시대의 얼굴
1971년부터 18년간 방송된 MBC ‘수사반장’에서 최불암이 연기한 박영한 반장은 범죄에 단호하면서도 거기 얽힌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들여다보는 형사였다. 1980년부터 22년간 방송된 ‘전원일기’에서는 시청자들과 함께 나이 들었다. 극중 아내 배우 김혜자와 실제 부부로 오해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을 정도였다. 최불암이 보여준 김 회장은 집안의 중심일 뿐 아니라 이웃의 어려움을 그냥 넘기지 않는 든든한 어른이었다. 어쩌면 그가 보여준 것은 유독 격변이 많았던 우리 사회가 바랐던 정의(正義)와 인정(人情)의 얼굴이었다.
영화 제작자였던 아버지를 여덟 살 때 여읜 최불암은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리워한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에 담았다”고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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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뚝뚝하지만 남의 아픔을 어루만질 줄 알고, 어질지만 도덕과 양심을 지키는 사람. 그가 연기한 아버지는 한국인이 마음에 품었던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다.
그래픽=신소정
◇명동 ‘銀星’서 인생을 배운 연극 청년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중앙고와 서라벌예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그의 엄격한 스승이자 조력자였던 어머니가 서울 명동에서 운영한 주。 ‘은성(銀星)’은 김수영, 김환기, 박인환, 천상병 등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다. 눈 밝은 예술가들의 맵고 쓴 조언은 젊은 배우 최불암을 담금질하고 성장시켰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외상 장부에선 손님 이름 대신 ‘코주부’ ‘안경잡이’ 같은 별명만 적힌 걸 발견했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자존심을 지켜준 어머니의 배려를 그는 평생의 가르침으로 가슴에 새겼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고, 1965년 국립극단 단원이 됐다.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선발되며 TV에 진출했다. 20대에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를 맡는 등 젊은 시절부터 노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40대에는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에서 80대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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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종’(1970), ‘영자의 전성시대’(1975), ‘바람불어 좋은 날’(1980),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영화에도 출연했다.
◇금동이 입양하듯 어린이 후원에 헌신
‘파하~’ 하는 너털웃음에도 연기 철학을 담았다. ‘전원일기’의 김 회장이 서운함을 속으로 삼키며 웃어넘기는 모습은 고인이 생각한 한국적 아버지의 표현이었다. 그 웃음소리의 인기는 1990년대 ‘최불암 시리즈’의 유행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엉뚱한 농담의 주인공이 된 것까지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화면 속 인간애는 실제 그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1981년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이 시장에서 동냥하던 고아 금동이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을 연기한 게 시작이었다. 대본대로 연기한 것뿐인데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게 부끄러웠다. 어린이 후원을 시작해 1985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전국후원회장을 맡았고, 40여 년 동안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돕는 일에 헌신했다. 그는 배우를 ‘넓을 광(廣)’에 ‘큰 대(大)’, ‘광대’라고 불렀다. “국민이 가야 할 길 위에 가시덤불이 있으면 그걸 치우는 게 광대 정신”이라는 것이었다.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걸 넘어, 세상 그늘진 곳을 돌아보는 게 예술가의 몫이라고 믿었다.
KBS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 배우 최불암.
◇고된 세월 건너온 한국인 마음 담은 ‘밥상’
2011년부터 2025년까지 14년 넘게 KBS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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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곳곳에서 낯선 이웃들과 밥상을 마주했다. 한 끼 식사에 담긴 노동과 가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세월의 흔적이 그의 모습과 목소리에 담겨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지난해 4월 700회를 앞두고 방송을 떠나면서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제게도 선물 같았다”고 인사했다. 당시 통화에서 그는 “나이가 있으니 완전치는 않아도 건강만 회복되면 다시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었다. 2014년 드라마 ‘기분 좋은 날’ 이후 정기적인 TV 드라마 출연은 없었지만, 2018년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무대에 섰고, 2024년에는 MBC ‘수사반장 1958’에 노년의 박영한 반장으로 특별 출연했다.
‘수사반장’ 출연을 계기로 1972년 명예 경찰에 위촉된 뒤 2024년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이 됐다.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백상예술대상 TV와 연극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대종상 남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정부는 30일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드라마에 출연하며 첫눈에 반한 배우 김민자(84)와 1970년 결혼했고, 금슬도 각별했다. 그는 “손목이 아픈 아내를 도와 빨래를 털어 널고, 가끔 설거지도 하는 게 그렇게 즐겁다”고 말하곤 했다. 유족은 아내 김민자씨와 아들 동녁, 딸 동비씨.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장례는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1월 2일 오전 7시로 예정돼 있다.
뷔했고, 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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