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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광태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11-0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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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숙(오른쪽) 전 서울시립미술관장과 정순민 전 아르코예술극장장의 인연은 20년이 넘는다. 정 대표가 일을 쉴 때마다 백 대표가 새로운 일을 권유하면서 두 사람의 친분이 이어졌다. ‘모은 발 프로덕션’도 그렇게 공동 창립했다. 회사에서 역할 분담은 분명하다. 백 대표가 판을 벌이면 정 대표가 “선생님은 미술관장이 아니라 돈 없는 제작사 대표”라며 고삐를 죈다. /장경식 기자 미술관에 걸리는 작품에는 제목과 연도, 재료가 적혀 있다. 하지만 작가가 무엇으로 생활을 꾸렸고, 누구의 도움을 받으며 작업을 이어왔는지는 좀처럼 적히지 않는다. 백지숙 전 서울시립미술관장과 정순민 전 아르코예술극장장이 카메라로 담고 싶었던 것은 그 빈칸이었다. 두 사람이 2024년 설립한 ‘모은 발 프로덕션’은 김윤신·김명희·노원희·윤석남을 주인공으로 영화 시리즈 ‘오래오래 살아남을 그들’을 제작하고 있다. 모두 6·25전쟁(1950년) 이전에 태어난 여성 작가다. 첫 작품은 임선애 감독의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1935년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91)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다. 마흔아홉에 교수직을 내려놓고 아르헨티나로 떠나 40년 가까이 나무와 돌을 깎았다. 영화는 아흔을 넘겨서도 작업을 멈추지 않는 현재와 그 곁을 지켜온 여성들의 관계를 따라갔다. 정 대표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어떻게 저 나이까지 작업을 지속했는지 궁금했다”며 “작업만큼이나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한 공동체도 흥미로웠다”고 했다. 영화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에서 91세의 김윤신 작가가 전기톱으로 목재를 자르고 있다 야마토2 pc버전 . /모은 발 프로덕션 백 대표는 아르코미술관장과 미디어시티서울 예술감독 등을 거친 전시 기획자다. 극장 경영을 전공한 정 대표는 국립현대무용단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중반 인사미술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작가의 삶과 작업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아카이브를 고민했다. 영화 제작 경험은 없었지만, 예술가와 관객 사이에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은 오래 해온 셈이다. 이들은 부쩍 늘어나고 진지해진 미술 관객에 주목했다. “그런 관객들에게 뭔가 제공할 만한 것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하다”(백 대표)는 생각이 들었다. 천경자·차학경·최욱경 등 먼저 떠난 작가들도 검토했지만, “살아 계신 분을 먼저 기록하는 게 급선무”(정 대표)라고 판단했다. 작가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 작업하는 순간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 아카이브에 여성 작가의 기록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첫 영화의 연출은 ‘69세’(2019)에서 노년 여성의 삶을 고요하게 그렸던 극영화 감독 임선애에게 맡겼다. 공교롭게도 임 감독은 마흔아홉, 김윤신이 짐을 싸 지구 반대편으로 떠났던 나이다. 전문가가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인터뷰는 넣지 않았다. 전기톱을 드는 작가의 힘뿐 아니라 연약한 부분과 일상의 태도, 주변 여성들과의 관계도 담으려 했다. 백 대표는 “피카소로 대변되는, 자아로 가득 찬 예술가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독한 천재의 신화를 반복하는 대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작업하는 사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야마토3게임 . 연출 방식과 감독은 작가마다 달라진다. 춘천과 뉴욕을 오가며 작업하는 김명희(77)는 춘천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장우진 감독이 찍는다. 노원희(78)는 미술가 그룹 ‘이끼바위쿠르르’가 맡았다. 윤석남(87) 편은 이미 나온 생애 다큐를 반복하기보다 개를 다룬 작품을 중심으로 생태와 노화를 살핀다. 이들은 “앞선 세대 여성 작가의 삶에 후배 창작자의 예술관과 인생이 교차한다는 .”을 시리즈의 특징으로 꼽았다. 영화에서 출발해 책과 사진전, 그래픽 노블로 관객과의 접.을 넓히려는 구상도 있다. “오래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작업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백 대표·정 대표) 네 여성 작가의 삶에서 두 사람이 주목한 것은 그 끈질긴 지속이었다. 정 대표는 “예술이 앞서면 삶을 견디지 못하고, 삶에 치이면 예술이 살 수 없다. 그 둘을 자전거 타듯 어떻게 굴려왔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백 대표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하는 작가들에게 말을 거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사 이름은 백 대표가 남프랑스 공원에서 본 ‘페탕크’에서 왔다. 쇠공을 던져 작은 표적구에 가까이 붙이는 놀이로, 공끼리 부딪히며 판이 바뀌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두 발을 모으고 던진다’는 페탕크의 어원에서 ‘모은 발’을 따왔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윤신이 레드카펫을 밟고 관객과 대화하는 모습은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술가라는 존재를 우리 사회가 존중하는 문화나 분위기가 생기는구나 싶었어요.”(정 대표) 오래 살아남은 작가가 미술관 밖에서 새 관객을 만났다. 모은 발의 첫 공이 던져졌다. ly: do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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