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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한 사찰의 경내를 둘러보고 있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고혜련 제공
방향을 잃고 정신없이 휩쓸리는 삶의 속도에서 비켜나 느림과 정적의 시간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그때 은밀히 품어주는 곳이 있다. 가끔 그곳으로 간다. ‘템플스테이’ 하는 산속 사찰이다. 특정 종교인만 가는 곳이 아니다. 과도한 초(超)연결시대, 번잡한 세상사를 벗어나 홀로 자신의 꾸밈없는 본색과 마주하고픈 이들에게 살아갈 힘을 재충전해 주는 ‘피난처’ 같다.
내밀한 숲속에 자리한 빛바랜 사찰의 탈속(脫俗)한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다. 정적 속 바람에 흔들리는 은은한 풍경소리는 멀리 떠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멈춤 체험’의 여유와 위안이 스며든다. 지난해 전국 158개 사찰에서 마련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약 35만명이 다녀갔다니 그들이 동지처럼 느껴진다.
사찰에서 준비한 각종 프로그램 참여는 강제가 아니다. 부부라도 따로 묵어야 하는 곳이 좋다. 가자마자 넉넉한 무명옷으로 갈아입으면 낯선 ‘수행자’가 된 느낌이 든다. 단지 옷 한 벌을 바꿔 입었는데 심신의 습관적 허식(虛飾)도 동시에 사라지는 듯하다. 머무는 동안 혼자가 되기도 하고 다시는 또 못 만날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깊은 고민을 남 얘기하듯 나누기도 한다. 주어진 일상 속 역할을 잊고 삶의 속도를 바꾸면 편안한 해방감이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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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은 말없이, 끊임없이 역할과 의무를 종용하는 일터다. 누군가의 보호자로, 배우자 또는 자식으로 집요하게. 하다못해 책꽂이 책들도 어서 읽으라며 합세한다.
특히 연말연시·명절에도 홀로 지내야 하는 동병상련의 사람들이 함께, 또 따로 지낼 수 있는 사찰 숙소는 소외감이나 눈치 볼 부담 없는 쉼터가 돼 준다. 공동체에서 벗어나도 완전히 고립된 것이 아니라는 느낌도 부여한다. 주최 측이나 참석자들은 불문율인 양 서로 묻지 않는다. 왜 혼자인지, 무슨 사연이 있어 왔는지, 프로그램은 어디까지 참석할지를.
경내에서 울리는 묵직한 타종소리와 목탁소리 역시 긴장을 풀어준다. 정신없이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질 듯하다. 낙락장송이 가득한 깊은 산책로를 안심하고 거닐 수도 있다. 이런 환경은 늘 곤두선 뇌를 경계모드에서 휴식모드로 급전환한다. 원하면 예불에 동참할 수 있다. 또 속을 편하게 하는 소박·담백한 사찰 음식의 맛을 따로, 또 같이 천천히 음미하면 좋다. 깊은 정적 속 밤 10시 ‘의무 소등’ 후 자리에 누우면 그윽하게 울리는 풍경소리가 탈 번뇌의 힘을 발휘, 편히 꿈속으로 인도한다.
쉼을 배우고 누리는 일은 삶터에서 지친 이에게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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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기는 게으름이 아니라 삶의 필수 요법이다. 무리할 때 잘 쉬어야 인생 마디마디의 전환.에서 다시 경작할 힘을 충전한다. 타인의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제 속도로 가야 오래, 안전하게 갈 수 있다. 언제나 찾아들 수 있는 템플스테이 공간은 쉼을 체득하는 장소가 된다.
선택적으로 108배·차담·발우공양 같은 의식에 참여하면 단순 반복 동작을 통해 생각을 가라앉히고 절제하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몸을 낮추는 동작은 생각도 낮춘다. 새로운 무엇을 더 얻으려 종종대기보다 과하게 쌓으려는 욕심을 내려놓게 하는 힘을 준다.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요란하게 더해가는 삶은 끊임없는 집적의 연속이다. 산사에서의 시간은, 미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미움·억울함 등이 집요하게 흔드는 마음도 탁마(琢磨)하는 기회다. 복잡다단한 일상 속을 이리저리 헤엄치기 위한 셈법과 습관적 수사(修辭), 허언(虛言)도 잠시나마 내려놓게 한다.
또 제 고민에 사로잡혀 방황할 때 낯선 이들과의 만남에서 의외의 답을 얻을 때가 있다. 서로에 대한 편견도, 기대도, 재회할 일도, 소문날 일도 없는 덕분에 의외로 저마다 속내를 거침없이 털어놓는 경우가 꽤 있다. 그들의 기막힌 번뇌와 사연들을 접하고 솔직한 의견을 나누는 기회는 때론 내 고민의 무게가 하찮고 배부른 것이며 지금의 처지가 감사하다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서늘한 늦가을, 그동안 스쳐 지나가듯 만났던 그들의 안녕과 건투를 빈다.
홀로 자신의 꾸밈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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